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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가젤의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은 첫 장부터 조용히 마음을 건드립니다. 단단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버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지요. 그는 하버드 의대에서 의사이자 강사로 지내며 수많은 사람의 무너짐과 회복을 지켜봤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에는 위로보다 이해가, 충고보다 공감이 먼저 다가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해주는 듯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긴장이 천천히 풀리며, 내가 그동안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일과 관계, 실패와 후회 속에서 늘 견뎌야 한다고만 믿어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완벽해야 할 이유도, 늘 강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요. 조용한 어조로 이어지는 그의 문장은 하루를 버텨온 사람의 어깨를 살짝 감싸주는 듯합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미한 확신이 어느새 생겨납니다.

무너진 뒤에 찾아오는 조용한 순간

게일 가젤은 완벽을 좇다가 스스로를 몰아세운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병원 복도에서 환자와 가족을 마주할 때도, 하버드 강의실에서 지친 학생들을 볼 때도, 그는 모두의 눈빛 속에서 같은 피로를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괜찮은 척’하며 버티는 마음, ‘이 정도는 해야지’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마음. 그게 얼마나 사람을 서서히 무너뜨리는지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실패나 슬픔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를 회복의 출발점으로 봅니다. 완벽하게 서 있으려 애쓰는 대신, 잠시 주저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일. 그건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회복은 다시 일어서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연스럽게 와닿습니다. 눈앞의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내가 나를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작은 희망으로 남습니다. 누군가의 실패담 같던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일처럼 마음에 닿습니다. 결국 회복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하루를 버티는 그 작은 순간들에서 시작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조용한 공간 속에서 문장을 따라가며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버드 강의실에서 배운 진짜 단단함

하버드 의대의 강의실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게일 가젤이 본 건, 피로와 불안, 자신감의 결핍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았고,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고 합니다. 진짜 단단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져도 스스로를 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요. 그때부터 그는 수업 시간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실패를 견디는 법, 자기 자신에게 다정해지는 법. 그는 번아웃으로 주저앉았던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고 나눴습니다. 그 고백이 학생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교수님도 그런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 뒤에 이어지는 안도감, 그리고 서로의 눈빛 속에 피어나는 작은 공감이 교실을 채웠다고 하지요. 그렇게 그는 완벽한 의사가 되는 법 대신, 인간으로서 버티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가 말하는 ‘단단함’은 유연함 속에 있습니다. 무너지지 않는 게 아니라, 무너진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고요. 그 메시지가 참 따뜻하게 남습니다.

“회복탄력성은 부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부서져도 다시 서는 힘이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숨이 조금 느긋해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마음 한쪽을 천천히 풀어줍니다.

회복의 중심엔 자기연민이 있다

게일 가젤은 회복의 핵심이 ‘자기연민’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기연민을 나약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보는 힘으로 봅니다. 많은 사람이 힘들 때마다 “왜 나는 이럴까” 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쉽게 닳아갑니다. 그는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 먼저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보라고 제안합니다. “지금 이만큼 버틴 것도 대단하다.” 그 한마디가 우리를 다시 일으킨다고요. 병원 복도에서 환자들을 보며, 혹은 조용한 사무실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그는 자주 그 생각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남을 돌보는 일보다 어려운 게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걸요. 책 속에서는 ‘자기연민’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지만, 그 의미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잠깐 멈춰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숨 고르는 일, 스스로에게 “오늘 참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일. 그런 사소한 시간들이 쌓여 우리를 조금씩 회복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건, ‘나를 미워하지 않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누구보다 자신에게 다정해지는 연습, 그게 회복의 첫걸음으로 느껴집니다.

쉬어가는 순간이 꼭 필요하다

게일 가젤은 쉼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멈추면 뒤처질까 봐 달리던 삶에서 그는 오히려 ‘멈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는 매일 짧게라도 숨을 고르는 연습을 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햇살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끼는 일, 아무 말 없이 커피 향을 맡는 일, 그 모든 순간이 마음을 정돈해 주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해야만 가치 있다고 믿지만, 가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시간에 우리는 회복되고 있다.” 그 말이 참 단순하지만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괜찮아요, 잠시 쉬어도 돼요’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이 단락을 읽고 나면 ‘휴식’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게으름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를 다시 세우는 조용한 의식 같습니다.

시간이 알려주는 회복의 속도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게일 가젤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회복이란 빠른 치유가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며칠 만에 웃음을 되찾고, 누군가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 차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요. 시간은 우리를 꾸짖지 않습니다. 다만 기다려줄 뿐이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아침 햇살이 천천히 커튼을 비추듯, 마음의 상처도 그렇게 조금씩 옅어집니다. 그는 자신이 의사로서 배운 수많은 지식보다, 이 단순한 사실이 더 소중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결국 시간과 함께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 회복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 살아보려는 시도 자체라고요.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나 자신을 떠올리게 됩니다. 너무 빨리 나아지려 조급해하던 순간들, 그때마다 마음이 더 다쳐갔던 기억들. 이제는 그저 내 속도대로 가도 괜찮다는 말을 믿어보고 싶어집니다.

조용히 스며드는 끝맺음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을 덮으면 마음이 조금 고요해집니다. 책 전체를 통해 게일 가젤은 특별한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함께 걸어가자고, 버티는 중에도 우리는 여전히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의 글에는 의사로서의 지식보다 사람으로서의 진심이 묻어납니다. 삶의 무게를 안고도 웃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다정한 손길처럼 다가옵니다. 하루가 버거운 날엔 그가 남긴 문장들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 짧은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화려한 이론도, 대단한 처방도 없지만, 그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버티게 합니다. 차분한 위로의 끝에는 희미한 희망이 있습니다. 게일 가젤이 말한 회복은 결국 이런 마음일 겁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다시 살아보려는 작고 따뜻한 의지. 그게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진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