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전쟁의 잿빛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을 향한 희망의 마음을 놓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첫 장을 펼치면 차가운 공기 속에 잔잔한 따뜻함이 깃듭니다. 폐허가 된 거리, 먼지에 덮인 창문, 그리고 그 사이로 번지는 편지 한 장의 빛. 작가는 절망의 한가운데서 인간이 얼마나 다정한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서사는 마치 멀리 떨어진 두 별이 서로의 빛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마음의 다리가 됩니다.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 쓰는 편지들 속에는 절실한 온기가 있습니다. 전쟁과 상실, 그리고 삶의 회복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고통을 말하면서도 그 너머의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책을 덮을 때,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젖어듭니다. 그 온기는 곧 ‘사람이 사람에게 건너가는 길’의 온도입니다.

편지로 이어지는 마음의 세계
이 소설의 중심에는 ‘편지’가 있습니다. 편지는 단순히 말의 수단이 아니라, 시대를 건너 서로를 잇는 다리입니다. 폭격의 소리, 불타는 하늘, 그리고 잿빛 거리의 고요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합니다. 그 말이 닿지 않더라도, 그리움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은 살아 있습니다. 작가는 편지를 통해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편지를 쓰는 손끝에는 두려움과 희망이 함께 묻어 있습니다. 잉크 냄새와 종이의 질감, 문장 끝에 맺힌 떨림까지 느껴집니다. 편지는 현실의 폭력에 맞서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입니다. 누군가를 향해 글을 쓰는 일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연결의 증명입니다. 이꽃님은 그 연결의 언어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모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마음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세계가 무너져도, 마음은 여전히 건너갑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조각들
작가는 절망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기억을 잃은 아이, 무너진 도시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 그들의 이야기는 아프지만, 동시에 강합니다. 이꽃님의 문장은 단단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놓치지 않습니다. 한 조각의 빵을 나누는 손, 이름 모를 꽃을 발견하는 순간, 폐허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이런 장면들이 쓸쓸한 풍경 속에 희미한 빛을 비춥니다. 그는 인간의 선함을 거창한 영웅담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작고 평범한 행동 속에서 희망의 진짜 모습을 찾습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연대’입니다. 이 소설은 고통을 견디는 이야기이자, 그 속에서도 서로를 안아주는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절망의 잔해 위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힘입니다. 작가는 그 힘을 한 줄의 문장으로, 한 장의 편지로 고요히 전합니다.
상실을 견디게 하는 기억의 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잊는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완전히 잃는 일입니다. 작가는 그 기억의 경계에서 인물들을 세밀하게 그립니다. 편지를 쓰는 이는 사라진 사람을 떠올리며 문장을 이어갑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나는 오늘도 당신을 기억합니다.” 이 한 문장은 소설 전체의 정서를 압축합니다.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곧 인간의 존엄입니다. 사라진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글, 그 글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작가는 잃어버린 것들을 붙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부재를 껴안는 법을 가르칩니다.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그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힘을 보여줍니다. 독자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기억의 사람’을 떠올립니다. 이 소설의 위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는 믿음입니다.
사람을 향한 다정한 시선
이꽃님의 문장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그는 전쟁, 고통, 상실 같은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인간의 따뜻함을 놓지 않습니다. 그의 시선은 상처 입은 사람에게 머뭅니다. 울지 못하는 아이의 눈, 무너진 건물 앞에서 서로를 부축하는 손, 편지를 읽으며 웃는 얼굴. 이런 장면들은 슬픔을 넘어서 다정함으로 남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세상은 무너져도,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향해 걷는다.” 그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이 작품 전체의 중심선입니다. 사람을 향한 시선이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힘입니다. 그는 희망을 설교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정함’이라는 언어로 세상을 꿰맵니다. 다정함은 결코 약한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을 견디게 하는 가장 강한 힘입니다. 그의 문장은 그 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듯한 위로를 받습니다. 그것이 이꽃님이 전하는 문학의 온도입니다.
건너감의 의미,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책의 마지막 장은 고요하지만, 그 고요 속에 깊은 울림이 남습니다. “나는 여전히 너에게 가고 있다.” 이 마지막 문장은 끝이 아니라, 여정의 계속임을 말합니다. 작가는 ‘건너감’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으로 확장시킵니다.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으로 이어지는 세상.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이 소설은 전쟁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삶은 수많은 단절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집니다. 편지는 그 증거이며, 사람의 마음은 그 다리를 놓습니다. 이꽃님은 말합니다. “건너간다는 것은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말은 독자의 가슴 깊은 곳에 남습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울리는 문장들. 그것이 이 작품의 진짜 마법입니다. 세상을 건너는 것은 결국 마음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향하는 곳에는 언제나 ‘너’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