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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마주한 인간의 온도

by 2daizy 2025. 10. 23.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기록입니다. 그는 통계와 연구의 언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고통의 구조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의 문장은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겨울 아침 병원 복도의 냉기, 노동자의 손등에 맺힌 땀방울, 도시의 어두운 골목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속에는 묘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글쓴이는 몸이 곧 사회의 언어라고 말합니다. 아픈 몸은 사회의 부정의를 증언하고, 상처는 시대의 불평등을 기록합니다. 그가 그려내는 통증의 장면들은 현실적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흐릅니다. 읽다 보면 차가운 통계 속에서도 숨결이 느껴집니다. 고통이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사회의 과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음속에 남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조용한 연대의 온도입니다.

병원 복도에 스며드는 따뜻한 빛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몸이 기억하는 사회의 그림자

책의 초반부에서 김승섭은 몸이 사회의 기록자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연구자로서 데이터를 다루지만, 그 수치 속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이 숨어 있습니다. 공장의 먼지 냄새, 병원 침대의 차가운 시트, 출근길에 서린 피로의 공기가 그의 문장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는 질병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환경의 결과로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몸으로 사회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위험한 노동 환경 속에서, 누군가는 차별과 불안의 공기 속에서 병들어갑니다. 그는 그 고통을 숫자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아픔이 존재하는 이유를 묻습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의 틈, 제도의 무심함, 그리고 그 속에서도 살아내는 사람들의 끈질긴 의지를 그는 놓치지 않습니다. 읽는 동안 몸의 피로가 사회의 불평등과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 순간, 개인의 아픔은 하나의 사회적 언어가 됩니다.

불평등이 남긴 흔적의 무게

김승섭은 불평등이 몸에 새겨진다고 말합니다. 그의 글에는 병든 사회의 단면이 담겨 있습니다. 한겨울의 공단, 먼지 낀 마스크,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노동 속에서 사람들은 서서히 지쳐갑니다. 그러나 그 지침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의 시선을 그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는 데이터를 넘어,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눈빛을 전합니다. 담배 냄새가 밴 작업복, 퇴근길 버스의 좁은 좌석, 오래된 신발 밑창의 닳은 흔적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 속에 그들의 삶이 스며 있습니다. 불평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은 그것을 기억합니다. 통증은 사회의 언어가 되고, 상처는 구조의 결함을 말해줍니다. 그는 이 책에서 그 상처를 드러내며 동시에 인간의 존엄을 지킵니다. 통계와 서사가 어우러지는 그의 문장은, 차가운 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불평등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임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아픔을 마주하는 태도의 변화

김승섭은 아픔을 회피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는 고통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마주해야 할 현실로 봅니다. 병실의 공기처럼 무겁고, 거리의 바람처럼 차가운 아픔 속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믿습니다. 환자의 숨소리, 간호사의 눈빛, 의사의 주저하는 손끝. 이 모든 장면 속에서 그는 아픔이 인간을 연결시키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고통은 때로 우리를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다가가게 만듭니다. 김승섭의 문장은 그 복합적인 감정을 정직하게 담습니다. 그는 “이해받지 못한 아픔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사회를 향한 요청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존재합니다. 그 상처를 인정하고, 서로의 아픔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의 글은 그 첫 걸음을 위한 용기를 건넵니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태도, 그것이 곧 회복의 시작입니다.

연대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

책 후반부에서 김승섭은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치료와 회복의 중심에 ‘함께 있음’을 둡니다. 한 사람의 아픔은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치유라고 말합니다. 병원 침대 옆에서 손을 잡은 두 사람의 온기, 거리에서 같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호흡, 불빛이 깜빡이는 밤의 광장. 이런 장면들이 그의 문장 속에 살아 있습니다. 연대는 동정이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합니다.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바꾸는 일. 그것이야말로 사회가 인간답게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김승섭은 고통을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옮겨놓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합니다. 연대는 치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누군가의 손이 닿는 순간, 고통은 방향을 바꿉니다. 혼자의 아픔이 함께 걷는 길이 됩니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길’의 진짜 의미입니다.

고통을 통해 배우는 존엄의 의미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마지막 장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합니다. 김승섭은 고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 다시 묻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아픔은 인간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신호입니다.” 그 말은 통증을 단순한 고난이 아닌, 생의 감각으로 바꿔놓습니다. 병실의 희미한 조명, 차가운 손끝, 그러나 그 손을 감싸는 또 다른 손의 온기. 그 모든 장면이 이 책의 결말을 대신합니다. 그는 세상에 완전한 치유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픔을 바라보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이 책 전체를 지탱합니다. 고통은 인간을 약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강하게 만듭니다. 김승섭은 그 힘을 조용히 증명합니다.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길이 되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