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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이 풀어낸 도시 구조 이야기 (사회, 거리, 연결성)

by 2daizy 2025. 10. 10.

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도로가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수많은 관계와 경험을 쌓아갑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쓴 책으로, 우리가 매일 걷고 살아가는 도시를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이 책은 도시를 기능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 ‘거리’, ‘연결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도시를 해석하며, 건축이 단순한 외관 설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일임을 느끼게 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골목길, 계단, 놀이터 하나가 사람들의 관계와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점은 인상 깊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시를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아파트 복도에서 이웃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 큰길은 넓지만 정작 걸어 다니기 불편한 이유, 내가 사는 동네가 왜 외롭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지 등, 많은 일상의 의문들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 ‘거리’, ‘연결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도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회적 구조, 거리의 구조

도시 안에서 관계를 만드는 힘, 사회적 구조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겹쳐지는 장소입니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해주는 그릇"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건물이 늘어서 있다고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도시라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놀던 골목이 있었습니다. 좁고 불편해 보여도 그 공간은 친구를 사귀고 동네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는 살아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골목이 넓은 도로로 바뀌고, 주차장이 되고, 높은 담이 생기자 아이들도, 어른들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공간의 구조가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끊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책에서는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기까지 단 한 명도 마주치지 않는 구조는 사람들을 익명 속에 가두고, 서로를 모르게 만듭니다. 물론 안전과 효율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도시가 사람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나 역시 이웃을 알지 못하고, 때로는 같은 아파트 주민과 엘리베이터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큰 건물이나 멋진 외관보다, 사람들이 우연히 마주치고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작은 벤치, 열린 마당,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 하나가 도시의 분위기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거리의 구조가 도시를 만든다

우리는 매일 거리를 걷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그렇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거리를 도시의 ‘혈관’이라 표현하며, 도시 전체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삶의 흐름을 좌우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많은 도시는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차량이 다니기 편하게 만든 넓은 도로와 교차로, 그 옆으로 붙어 있는 좁은 인도. 이런 구조 속에서는 걷는 사람이 소외되고, 도시는 점점 빠르게 소비되는 공간이 됩니다. 반면 유럽의 많은 도시는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이 먼저고, 거리는 단지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고 쉬고 만나는 곳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서울에는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보다 피하고 싶은 길이 더 많은지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걷다가 중간에 끊기는 인도, 육교와 지하도로만 이어지는 단절된 길들, 지나치게 많은 신호등과 방음벽은 사람을 위한 거리가 아닙니다. 책에서는 거리 위에 놓인 작은 요소들—가게의 간판, 벤치, 조명, 나무, 계단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거리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삭막한 통로가 될 뿐입니다. 홍대 앞 거리처럼 사람들이 걷고, 앉고, 서서 구경할 수 있는 거리는 자연스럽게 상권과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거리 하나가 도시의 얼굴을 바꾼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우리 동네 거리를 더 자주 걷고, 어떤 공간이 편안한지, 불편한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도시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구조라면, 그것은 결국 내가 사는 삶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연결될수록 더 살아난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연결성’을 꼽습니다. 단순히 도로가 이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이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병원, 도서관, 공원, 학교, 카페 같은 공간이 적당한 거리 안에 모여 있고,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어야 건강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도시들은 이런 연결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큰 건물과 건물 사이가 끊어져 있거나, 기능이 너무 분리되어 있어 생활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은 학교 근처에 놀이터가 없고, 주거지에서 마트를 가기 위해 차량을 타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단절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움직임을 줄이게 만들고, 새로운 관계나 경험을 만들 기회를 사라지게 합니다. 책에서는 서울의 지하철이 가지는 연결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다양한 노선이 잘 연결되어 있는 도시는 그 자체로 활력이 넘치고, 사람들의 이동과 소비, 문화가 살아납니다. 반면 연결이 부족한 지역은 쉽게 외면당하고 소외됩니다. 저는 이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도시의 ‘기능’만이 아니라 도시의 ‘온기’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잘 연결된 도시에서는 낯선 사람도 자주 마주치고,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공간을 함께 씁니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교류와 이해가 생깁니다. 도시가 살아 있으려면, 그 안에 흐름이 있어야 하고, 그 흐름을 만드는 것이 바로 연결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공간을 볼 때 ‘이 장소는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가?’를 먼저 떠올리려 합니다. 학교 옆에 도서관이 있고, 그 옆에 카페가 있고, 그 앞에 작은 공원이 있다면, 그곳은 단순한 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도시는 결국 연결된 만큼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도시를 단순한 건축물이나 행정 단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유현준 교수는 복잡한 이론보다 일상의 예시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도시를 쉽게 설명해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냥 지나치던 골목, 계단, 횡단보도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도시를 읽는 눈’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도시란 고층 빌딩이 많고, 도로가 넓으며,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걸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도시야말로 진짜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뿐 아니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나의 삶이 왜 갑갑한지, 왜 이웃이 낯선지, 왜 집 앞 거리가 불편한지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도시를 바꾸는 것은 거창한 공사가 아니라, 작은 시선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도시를 다르게 바라볼 때, 도시도 우리에게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