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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정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 마이클 샌델의 철학 강의

by 2daizy 2025. 6. 15.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일까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 혹은 공동체의 선을 추구하는 것일까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유도하는 철학서이자 시민 교양서입니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의 인기 강의를 바탕으로 하여 철학적 개념을 일상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내며 독자 스스로 ‘정의’에 대해 사고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사회적 쟁점 속에서 정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통찰을 제시합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부자 증세, 복지 정책, 안락사, 인종차별, 국가 안보 등—에 철학적 질문을 적용함으로써 독자는 기존의 신념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랑 무엇인가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 개인의 이익인가, 모두의 행복인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철학적 관점을 소개합니다. 그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개념은 ‘공리주의’입니다.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로 대표되는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정의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개인의 선호보다 집단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결과를 중시하는 철학입니다. 샌델은 공리주의가 가지는 매력을 설명하면서도 그 한계 역시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극소수의 권리를 침해하더라도 다수에게 이익이 된다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은 공리주의가 정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다음으로 등장하는 자유주의는 존 롤스의 이론을 중심으로 설명됩니다. 롤스는 정의란 ‘공정한 절차’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사회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도 이득이 될 때만 정당화된다고 주장합니다. 샌델은 이러한 자유주의적 정의관이 현대 사회의 많은 제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설명하면서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비판 없이 수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는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공동체적 가치를 놓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균형 잡힌 관점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프레임은 단지 이론적 논쟁이 아니라 현실의 정책과 제도에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누진세 정책, 의료 복지의 범위, 노동 시장의 규제 등은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관점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샌델은 이를 통해 독자에게 단순히 ‘정의로운 선택’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기보다 왜 그 선택이 ‘정의롭다고 여겨지는가’를 질문하게 만듭니다. 그는 정의를 명확히 정의하기보다 정의에 대한 사고의 틀을 제공함으로써 독자의 사고방식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덕과 공동체 – 정의는 단순한 개인의 권리를 넘어선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후반부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철학자들의 관점을 중심으로 한 ‘덕의 윤리’와 ‘공동체주의’에 대해 다룹니다. 샌델은 현대 사회가 지나치게 개인의 권리와 자율성에 집착한 나머지 공동체적 가치와 도덕적 덕성을 경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정의는 단순히 절차적 공정성이나 권리 보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각 개인이 지닌 ‘덕성(아레테)’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단지 권리의 충돌을 조정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선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샌델은 이러한 철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정의를 단순한 중립적 기준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결단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특히 공공선, 도덕 교육, 시민의 책임 등 공동체적 요소들이 정의의 판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이와 함께 그는 종교, 역사, 문화적 맥락이 정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하며 모든 정의 판단은 불가피하게 특정한 문화적·도덕적 토대 위에 놓여 있음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 여러 사회적 갈등을 새롭게 조망하게 합니다. 예컨대 다문화 사회에서의 갈등, 공공 정책에서 종교적 신념의 반영 여부,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의 경계 등은 단순히 자유와 권리의 충돌이 아니라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의 문제로 읽힐 수 있습니다. 샌델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립적인 정의’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정의는 반드시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지 철학적 사고를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으로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타인의 입장을 경청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함양하는 데 기여합니다. 샌델은 독자에게 단순한 이론의 습득이 아닌 토론과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천’을 권유합니다. 철학이 책상 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깊은 공감이 따릅니다.

정의에 대한 질문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단순한 철학 입문서나 정치 이론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개념을 의심하게 하며 스스로의 사고를 정제하게 만드는 지적 여정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이 책을 통해 정의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정의론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의 설명은 복잡한 철학 이론을 일상적인 사례와 연결시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동시에 단순한 결론 대신 ‘함께 고민할 주제’를 남겨줍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정의롭지 않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무엇이 옳은가 왜 그것이 옳다고 여겨지는가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근본적 태도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런 점에서 단지 철학을 배우는 책이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