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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상승으로 인해 단가가 조정됩니다.

이 문장 하나로, 3년 넘게 거래하던 업체와 연락이 끊긴 적이 있습니다.
가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말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저는 급했습니다.
상황 설명도 없이 “조정됩니다”라고만 썼습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이렇게 읽혔을 겁니다.

이미 정해진 걸 통보하는구나.
나는 의견을 낼 자리가 없구나.


그 뒤로 연락은 뜸해졌고,
몇 달 뒤 계약은 조용히 끝났습니다.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가격 인상 메일은 숫자를 전달하는 문장이 아니라,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보여주는 문장이라는 것을요.

관계를 지키는 가격 인상 기술.

가격 인상 메일이 실패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대부분의 가격 인상 메일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원가 상승으로 인해 다음 달부터 단가가 인상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상대에게 아무 자리를 남기지 않습니다.

  • 왜 바뀌는지
  • 어느 정도인지
  • 내가 선택할 여지가 있는지

이 세 가지가 모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받는 쪽에서는
“이미 다 정해졌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거래처가 불편해하는 건
‘인상’ 그 자체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위치에 놓였다는 느낌입니다.

가격 인상 메일이 갈등이 되는 이유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이 메일이 통보처럼 보이는 구조

메일이 통보처럼 보이는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배경이 없다
  • 맥락이 없다
  • 선택지가 없다

문장이 이렇게 닫혀 있을 때,

“조정됩니다.”
“변경됩니다.”
“인상됩니다.”


상대는 그 문장을
‘결정된 결과’로 받아들입니다.

설명이 없는 문장은
상대를 대화에서 배제합니다.

그래서 같은 가격이라도,
어떤 문장은 갈등을 만들고
어떤 문장은 대화를 시작하게 만듭니다.

 

가격 인상 메일이 설명이 되기 위한 최소 조건

복잡한 기교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세 가지가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첫째, 관계를 먼저 인정하는 한 줄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째, 왜 바뀌는지를 알 수 있는 배경

“최근 원자재 비용이 크게 상승해,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셋째, 닫히지 않은 문장

“조건에 따라 다른 방식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줄이 들어가면,
메일의 성격이 바뀝니다.

  • “우리가 정했습니다.”가 아니라
  • “상황을 공유합니다.”로 읽힙니다.

예전에 제가 실패했던 메일에는
이 중 마지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대는
“그냥 받아들이라는 거구나”라고 느꼈고,
그 감정이 관계 전체를 식혀버렸습니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가격 인상 메일 문장

아래는 위 구조를 그대로 담은 예시입니다.
날짜와 수치만 바꾸셔도 바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원자재 비용과 물류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현재 조건으로는 기존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조정을 시도했지만,
더 이상 기존 단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부득이하게 ○월 ○일부터
공급 단가를 약 ○% 조정하고자 합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실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협업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인 만큼,
부담이 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조건에 따라 다른 방식도 함께 검토해 보고 싶습니다.


이 메일의 핵심은
“결정 사항”이 아니라
“대화의 여지”를 남긴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받는 분께서는
통보를 받았다고 느끼기보다,
상황을 공유받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 메일은 거래를 끝내는 문장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께서는
가격을 올리는 순간을
“관계가 깨질 수도 있는 지점”으로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 더 위험한 것은,

  • 아무 설명 없이 통보하거나
  • 계속 미루다 신뢰를 먼저 잃는 일입니다.

좋은 가격 인상 메일은,

  • 갑작스러운 변화를
  • 납득 가능한 이야기로 바꾸고
  • 거래를 끝내는 계기가 아니라
  • 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다음에 이 메일을 작성하셔야 할 때,
이 한 가지만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지금 숫자를 보내고 있는가,
아니면 관계를 다루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문장의 방향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