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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제목부터 마음을 천천히 누그러뜨립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문장은 단순하지만, 우리가 가장 잊고 사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비욘은 스웨덴의 성공한 금융인이었습니다. 명문대 졸업, 안정된 직장, 부와 명예 - 겉보기엔 흠잡을 데 없었지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내면이 조금씩 비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태국의 숲속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의 삶은 단순했습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한 끼 식사를 하고, 침묵 속에서 자신과 마주했습니다. 그렇게 17년 동안 그는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 ‘존재’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이 책은 그가 수도승 생활을 마치고 세상으로 돌아온 뒤, 자신이 배운 것들을 삶의 언어로 풀어낸 기록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화려한 이론보다 진심 어린 고백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고백은 어느새 우리의 삶과도 겹쳐집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나서야 보인 것들

비욘이 수도원에 들어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피곤한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성공을 이룬 뒤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마음속의 공허를 채울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행복은 더 많은 것을 얻는 데서 오지 않는다. 덜 필요로 하게 될 때 찾아온다.” 수도원의 생활은 불편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냉수로 씻고, 하루 한 끼로 버티며, 말을 아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욕망이 줄어드니 마음이 조용해졌고, 조용해지니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아침 공기 속의 냄새, 흙길의 감촉, 한 그릇의 밥이 주는 온기를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수도승으로 사는 동안 그는 자신을 ‘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세상에서는 쌓는 법을 배웠지만, 진짜 평화는 내려놓을 때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습니다. 때로는 외로웠고,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 외로움 속에서 ‘존재의 평화’를 발견했다고 고백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했는지를 볼 수 있었다고요.

옳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법

비욘이 수도원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항상 옳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내내 자신이 맞다는 걸 증명하며 살았습니다.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고, 실적으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믿었죠. 하지만 그 삶은 늘 긴장으로 가득했습니다. 수도승이 된 뒤, 그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섰습니다. 아무도 그를 평가하지 않고, 옳고 그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곳.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그 고요 속에서 그는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옳음이 아니라 평화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옳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옳음을 내려놓는 건 패배가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세상을 넓혀주는 힘이 됩니다. 그는 수도원에서 가장 자주 연습했던 말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였다고 합니다. 그 말 한마디는 방어적인 마음을 무너뜨리고, 이해의 여지를 열었습니다. 우리는 늘 옳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그 옳음이 관계를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비욘은 그것을 명상의 연장선에서 바라봅니다. 옳음을 내려놓는 건 ‘이기는 법’을 잊는 게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요.

고요한 새벽빛 속에서 혼자 앉아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

비욘은 수도승으로 살면서 배운 ‘멈춤’의 가치를 세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지켰습니다. 그는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명상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은 그를 다시 바쁘게 만들었지만, 그는 그 고요함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멈추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는 늘 해야 할 일로 하루를 채웁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는 일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멈춤이 삶을 지속시키는 힘이 됩니다. 그는 자신이 수도원에서 배운 것을 일상 속에서도 실천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향을 천천히 느끼고, 길을 걸으며 바람의 온도를 의식하고, 대화 중에는 상대의 눈을 온전히 바라보는 일. 그 단순한 습관들이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비욘은 “멈춤 속에서야 비로소 나 자신과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도 잠시 멈출 수 있다면, 쫓기던 마음이 조금은 풀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마음의 쉼표를 찍는 연습이, 결국 나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틀림 속에서 배우는 평화

비욘은 완벽한 수행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수도원에서도 화를 내고, 자존심을 세우며, 때로는 게으름에 빠졌다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 경험들이 오히려 그를 성장시켰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문장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였습니다. 그는 완벽함보다 진심을 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깨달았습니다. “틀림은 실패가 아니라, 배움의 형태다.” 수도원에서 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각자 다른 이유로 그곳을 찾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비욘은 그 차이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내려놓는 대신, “당신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네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 말에는 평가가 아닌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틀림을 인정한다는 건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일입니다. 그는 수도원에서도, 세상으로 돌아와서도 그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삶은 완벽하지 않아도 늘 평화로웠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진짜 평화는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품을 때 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겸손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완벽하려 애쓰던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비욘은 말합니다. 그는 수도승 시절을 마치고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혼란을 느꼈다고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사람들은 여전히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는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틀릴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다.” 그 말이 그의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옳음’ 대신 ‘평화’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관계를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그는 우리에게 완벽 대신 유연함을, 경쟁 대신 수용을 권합니다. 그의 말투에는 수행자의 고요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공존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 한켠이 잔잔하게 비워집니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단 한 문장이 주는 자유, 그건 어쩌면 우리가 평생 배우고 싶은 삶의 태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