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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는 겉으로 보기에는 큰 사건이 없는 소설처럼 보입니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잃은 이후의 시간을 조용히 따라가며, 관계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 남아 있는 감정의 흔적을 다룹니다. 화자는 반려견을 돌보며 함께 살았던 친구의 부재를 경험하고, 그 상실을 계기로 자신이 맺어 왔던 관계들을 다시 돌아봅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생각과 감정의 흐름입니다. 삶이 갑작스럽게 바뀌기보다는, 변하지 않은 듯 보이는 일상 속에서 미세하게 어긋나는 감정의 결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시그리드 누네즈는 이 작품에서 슬픔을 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적인 장면과 짧은 대화를 통해, 관계가 끝난 이후에도 마음이 어떻게 머무는지를 보여 줍니다. 말해지지 않은 감정, 정리되지 않은 기억, 그리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공백이 서사의 중심을 이룹니다. 이러한 공백은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감정을 단정하지 않도록 이끕니다. 『어떻게 지내요』는 누군가를 위로하기보다, 위로가 쉽게 오지 않는 상태 자체를 인정하는 소설이며, 그 상태를 조용히 바라보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합니다.

상실 이후의 일상이 만들어 내는 시간의 감각
이 작품에서 상실은 특정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이후의 시간이 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화자는 친구의 죽음 이후에도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그 일상은 더 이상 같은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산책, 집 안의 공기, 익숙한 동선 속에서 부재는 계속해서 감지됩니다.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가 과거의 기억과 겹쳐지며, 이전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감정의 결을 드러냅니다.
소설은 상실 이후의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흐르는지를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감정의 무게를 더 또렷하게 만듭니다. 화자는 슬픔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닳아가는 과정을 독자는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감정은 폭발하지 않고, 축적되듯 쌓이며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작품에서 시간은 치유의 도구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상실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감정은 형태를 바꾸며 남습니다. 『어떻게 지내요』는 상실 이후의 시간을 극복의 과정으로 그리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슬픔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현실적이며, 독자가 자신의 시간 감각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말해지지 않은 관계와 거리의 유지
『어떻게 지내요』에 등장하는 관계들은 대부분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화자와 친구의 관계 역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감정은 끝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모호함은 작품의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의 실제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감정은 언제나 말로 정리되기 어렵고, 많은 부분이 침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침묵은 관계의 단절이라기보다, 감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읽힙니다.
화자는 타인과의 거리를 조심스럽게 유지합니다. 위로를 쉽게 건네지도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관계가 남긴 흔적을 천천히 바라봅니다. 이 태도는 차갑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읽힙니다. 감정을 함부로 정의하지 않음으로써, 관계가 지닌 복잡성을 그대로 두는 선택입니다. 말하지 않음은 회피가 아니라, 관계를 단순화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기능합니다.
이 소설은 관계가 반드시 친밀함으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적당한 거리, 말하지 않음, 기다림 역시 관계의 한 형태로 제시됩니다. 『어떻게 지내요』는 관계를 회복하거나 정리하는 이야기라기보다, 관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과 태도를 다루는 소설입니다. 그 태도는 관계가 끝난 뒤에도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 줍니다.
위로 대신 질문을 남기는 서사의 태도
이 작품은 독자에게 명확한 위로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끝맺습니다. 제목인 ‘어떻게 지내요’ 역시 상대의 상태를 묻는 말이면서, 동시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상대를 향해 던져지지만, 결국 자신에게로 되돌아옵니다. 작품은 이 질문이 가진 모호함을 해소하려 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존중합니다.
『어떻게 지내요』는 슬픔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슬픔이 삶의 일부로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화자는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으며, 그렇다고 무너져 있지도 않습니다. 그 중간의 상태가 이 소설이 머무는 지점입니다. 이 중간의 시간은 회복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읽힙니다. 작품은 이 애매한 상태가 오히려 삶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는 점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관계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어디에 남아 있는지, 상실 이후에도 유지되는 일상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어떻게 지내요』는 큰 감동이나 명확한 위안을 주기보다, 조용히 곁에 남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그 여운은 읽는 이의 삶 속에서 각기 다른 질문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