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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거의 받지 않습니다. 요즘은 광고 전화나 스팸 전화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정말 저에게 용건이 있다면, 전화를 끊은 뒤에 메시지를 남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번호가 울리면,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넘기는 일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행동이 괜히 무례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가, 전혀 상관없는 광고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보험, 대출, 설문조사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졌고, 통화를 끊고 나서도 묘하게 기분이 흐트러졌습니다. 그 이후로 ‘모르는 번호는 꼭 받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전화라면, 다시 걸어오거나 메시지를 남길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메신저에서도 비슷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다른 메신저를 보면, 알림 미리보기로 내용이 일부 보입니다. 짧은 인사나 단순한 확인이라면 바로 답장을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필요한 내용이면 일부러 열어보지 않거나, 읽고도 잠시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알림창에 보인 한 줄만으로도, 지금 이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화면을 닫고 잠시 생각합니다. 지금의 나는 이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답이 가장 나다운지 말입니다.

모르는 번호 안 받기, 메시지 답장 늦추는 심리. 무례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디지털 거리두기와 마음의 여유.

답장을 미루는 이유는 게으름이 아닙니다

제가 답장을 바로 보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이 순간, 대화를 이어갈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답장을 보내는 순간, 대화는 시작됩니다. 상대의 다음 말이 오고, 또 답을 해야 하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바쁜 상황에서 그 흐름을 시작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생각이 필요한 질문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대충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미루게 됩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문장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나는 메시지도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며 보내고 싶습니다

저는 메시지도 말처럼 조심해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자는 표정도, 목소리도 없기 때문에, 조금만 딱딱해도 차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장을 보낼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한 번 더 생각합니다.

급하게 보내는 짧은 문장보다, 조금 늦더라도 마음이 담긴 문장이 더 낫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 한 번의 생각을 꼭 거치려고 합니다.

읽음 표시가 생긴 시대의 부담

메신저에는 ‘읽음’이라는 표시가 남습니다. 상대방은 제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답장을 하지 않으면, 괜히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신경이 쓰입니다. 그 부담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연결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항상 반응해야 할 것 같은 압박 속에서, 답장을 늦추는 행동은 작은 방어처럼 느껴집니다.

답장을 늦추는 것은 나를 지키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답장을 미루는 시간은, 무례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모든 연결에 즉시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신호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과, 너무 쉽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스스로를 지킬 경계도 필요해졌습니다. 답장을 늦추는 작은 선택은, 모든 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리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간격일지도 모릅니다.

메시지는 언제든 다시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잠시 멈추지 않으면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읽고도 바로 답장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히 ‘조금 숨을 쉬고 싶어서’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