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페딘 아모스의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는 단순한 가상화폐 입문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화폐 시스템을 둘러싼 역사와 권력 그리고 비트코인이 기존 법정화폐 체제에 던지는 도전의 본질을 깊이 파고듭니다. 저자는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그것이 비트코인의 등장에 불안해하는지를 경제사·정치학·기술 분석을 통해 설명합니다. 독자는 이를 통해 단순히 ‘가격이 오를까 내릴까’가 아닌 화폐라는 제도가 어떻게 권력과 연결되고 새로운 기술이 그 질서를 어떻게 흔드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화폐 철학과 권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보게 되었고 특히 기존 금융 질서의 약점을 더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달러와 비트코인, 두 화폐 체제의 대립 구도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는 제목부터 직관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왜 세계의 기축통화 달러는 비트코인을 경계할까요? 저자는 그 이유를 ‘권력의 이동’에서 찾습니다. 달러는 단순한 통화 단위가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스템과 국제 무역의 표준이며 이를 발행·관리하는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곧 미국의 경제·군사·외교적 패권을 지키는 것과 직결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중앙집중적 권력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고, 거래가 블록체인이라는 공개된 분산 원장에 기록되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나 기관이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이 기존 화폐 체제, 특히 달러 패권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달러는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고 중앙은행과 정부가 필요에 따라 통화 공급량을 조정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프로토콜이 정한 규칙에 따라만 발행되며, 누구도 그 규칙을 임의로 바꿀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기술적 특성이 아니라 경제 철학의 대립이라고 강조합니다. 달러 체제는 ‘신용 기반 화폐’이고, 비트코인은 ‘희소성 기반 화폐’입니다. 전자는 중앙 권력이 발행과 유통을 조정하고, 후자는 네트워크 합의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저는 이 설명을 읽으며 두 화폐가 단순히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의 본질’을 두고 철학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동시에 양측이 지닌 구조적 강점과 약점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달러 패권의 역사와 비트코인의 도전
책의 중반부는 달러가 어떻게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합니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금과 달러가 고정 환율로 연결되었고 이후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을 중지하면서 달러는 금과 분리된 ‘신용 화폐’로 전환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달러는 국제 무역 결제와 외환 보유의 중심 통화로 자리하며, 사실상 ‘세계의 은행’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지위를 통해 미국은 자국 경제 상황에 맞춘 통화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그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경제적 힘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함께 강화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등장은 이 구조에 균열을 냅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아니며 그 공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달러의 무제한 발행 가능성과 정면으로 대조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희소성이 보장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처럼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신흥국이나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에서는 달러와 비트코인이 동시에 ‘대체 화폐’로 사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금융 질서에 새로운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차이를 짚습니다. 달러는 여전히 국제 금융의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지만 인터넷과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 비트코인은 국경을 넘어 빠르고 저렴하게 가치를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은행망과 국제 송금 시스템(SWIFT 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며 금융 제재나 자본 통제의 영향을 덜 받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비트코인의 기술적 특성이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기존 금융 권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힘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고 이런 특징이 앞으로의 화폐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화폐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투자 관점에서 벗어나 화폐의 본질과 권력 관계를 바라보게 합니다. 달러와 비트코인의 대립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 경쟁입니다. 한쪽은 중앙집중적 신용 화폐 체제, 다른 한쪽은 분산형 희소성 화폐 체제입니다. 그리고 이 경쟁의 승패는 단기적 가격 변동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느 시스템을 신뢰하고 채택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저자는 결론에서 비트코인이 반드시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단언하지 않습니다. 대신, 비트코인이 등장함으로써 화폐에 대한 인식과 선택권이 확장되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과거에는 자국 화폐나 달러 같은 제한된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제는 인터넷과 블록체인 덕분에 ‘중앙 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화폐’라는 옵션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경제 주권의 분산을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덮고 난 뒤, 저는 비트코인을 단순히 가격 변동이 심한 디지털 자산으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기술·경제·정치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화폐 실험’이며, 그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기존 금융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달러와 비트코인의 관계가 경쟁과 공존 중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당신은 어떤 화폐 철학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투자 여부를 넘어 우리가 어떤 경제 질서를 원하는지 묻는 근본적인 화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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