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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잃음과 기억을 품은 서정의 기록

by 2daizy 2025. 8. 13.

조수경의 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후, 남겨진 이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상실이라는 주제를 단순한 슬픔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물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포착합니다. 저자는 감정을 과잉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이미지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독자를 주인공의 시선 속으로 이끌어 그리움과 회복을 함께 체험하도록 만듭니다. 읽는 내내 저는 ‘기억이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계속 곁에 머문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조수경의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상실 이후의 시간을 그려낸 문학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상실의 경험을 다룬 수많은 문학작품 중에서도 일상성과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거창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변화 속에서 상실을 겪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생활의 연속 속에서 결핍을 느끼고 그 속에서 고인을 떠올립니다. 작품 속 ‘아침’은 단순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부재를 새롭게 확인하는 의식 같은 순간입니다. 아침 햇살이 부엌 창문을 통과하는 장면, 커피가 끓는 소리, 창밖으로 스치는 사람들의 발걸음 같은 디테일이 그 부재와 동시에 얽혀 있습니다. 이런 감각적 디테일은 독자가 단순히 상황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과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시작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갑작스러운 플래시백이나 극단적인 사건 없이 익숙한 아침 풍경 속에서 결핍이 은근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상실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기억을 떠올립니다. 어떤 향기나 소리가 불현듯 과거의 장면을 끌어올리고, 그 기억은 현재의 감정과 겹쳐져 복합적인 감정을 형성합니다. 과거의 행복한 순간과 현재의 부재가 한 장면 안에서 충돌하며, 독자는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깊이를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큰 사건보다도 반복되는 일상 속 한 장면이 오히려 상실을 더 강하게 체감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침’이라는 시간대는 아직 하루의 무게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결핍의 자리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배경이 됩니다. 이 소설 속 아침은 단순한 시간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부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무대이자 독자를 그 세계로 초대하는 관문입니다. 특히 ‘아침’이 매일 반복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설정이 상실의 경험이 결코 고정된 감정 상태가 아님을 잘 보여줍니다.

기억과 현재를 잇는 서사 구조

이 작품의 서사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주인공은 특정 사물, 공간, 시간대에 의해 과거로 끌려갑니다. 부엌 한 구석에 놓인 찻잔이 고인과 함께 나눈 대화를 불러오고, 창문을 통과한 빛이 함께 걸었던 거리의 기억을 되살립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감정과 직결되어 의미가 확장됩니다. 주인공의 시선 속에서 과거는 단절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여전히 구성하는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반복’이라는 장치가 두드러집니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 같은 거리를 걷는 발걸음, 같은 노선의 버스. 그러나 그 속에서 주인공의 감정은 매번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고통과 결핍의 감정이 전면에 서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기억은 서서히 위로의 형태로 변모합니다. 이는 상실의 치유가 직선적인 회복 과정이 아니라 굴곡과 순환을 거듭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예전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날도 있고, 예상치 못하게 편안한 감정이 찾아오는 날도 있습니다. 저자는 불필요한 설명을 배제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여백을 남깁니다. 이 여백은 독자에게 스스로 감정을 채울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는 이 절제된 문체가 작품의 진정성을 높인다고 느꼈습니다. 긴 설명보다 여운이 남는 문장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문단이 끝나고 남겨진 침묵은 마치 현실에서 길게 내쉬는 한숨처럼 상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이런 문체는 독자 스스로 자기 경험과 감정을 작품 속에 투영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반복 장면의 변화를 읽으며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변함에 따라 감정도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선의 변화가 곧 회복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보여주는 회복의 과정은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습니다. 상실 이후의 삶이 반드시 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흔들리면서도 결국 나아간다는 점을 섬세하게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침의 의미와 남겨진 이의 삶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상실을 주제로 하지만 절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매일의 아침은 여전히 부재를 상기시키지만, 동시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주인공은 그 부재와 함께 살아가며, 그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발견합니다. 처음에는 고통만이 보였던 자리에 어느 날은 미소나 따뜻한 감정이 깃듭니다. 이처럼 기억과 감정의 결이 변화하는 모습은 상실 이후에도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양면성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부재와 존재, 기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아침이라는 시간은 독자에게 상실 이후의 삶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결말에서 저자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 스스로 각자의 경험과 비교하며 의미를 찾게 합니다. 이 열린 결말은 작품을 오래 곱씹게 만들며, 문학이 줄 수 있는 사유의 여백을 극대화합니다. ‘왜 이렇게 끝났을까?’라는 물음은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합니다. 저는 이 결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상실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매일의 아침을 통해 보여줍니다. 결국 우리는 매번 새로운 하루를 맞으며, 여전히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상실 이후에도 삶이 계속되는 방식입니다. 이 마지막 메시지는 단순히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다가왔습니다.